'로맨스소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10.13 그녀를 사랑하세요
  2. 2007.02.19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YK 장녀 정소영.
 빈틈없는 얼음여왕.

정작 하고싶었던 공부는 경영, 정치외교였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 위해 그저 억지로 무채색의 지루하고 재미없는 삶을 산다.

아버지가 바라는(정해놓은) 길에서 오로지 마음에 들었던 건,
어릴적부터 좋아해왔던 태성 삼남 이지석과의 인연- 열여섯에 만난 지석에게 첫눈에 반해서,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 마음이 커졌다 작아졌다가..하며 사랑임을 믿으려 한다. 

하지만 스물세살 어느날 푸른 나무향이 나는 서훈을 만나고 설레이기 시작하는데....

사는게 지루해요?
투정부리는 법도 몰라요?
다른 건 못하겠고 재밌는 곳 데리고가줄게요.

-------------------------------------------------------------------------



나는 이 분의 글 스타일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첫 이북 <아직도 사랑을 믿으세요>,  첫 종이책 <사랑을 기억하며>를 거쳐
지난 가을, 첫연재때부터 일년간 출간을 기다려왔던 바로 이 책,
<그녀를 사랑하세요> 까지-

그동안 읽어온 글들 가운데, 가장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언뜻 보면 굉장히 건조한 느낌? 인데도
읽는 사람은 되게 감정적으로 울컥, 하게 되는.
읽으면서 은근히 많이 울기도 울어봤고,
내내 편하지만은 않았던 가슴 한 켠 묵직하게 가라앉아버리는 그 느낌...이 이젠 익숙해져버렸다.

전작 <사랑을 기억하며>의 서진이 남동생 서훈, 그리고 이북 <아직도 사랑을 믿으세요> 의 카메오 소영.
연재 처음부터 쭈우우욱 마음 아파하면서 예뻐하면서, 거의 빙의모드로 들여다보았던 소영이, 순식간에 이상형 1순위 고시마선생님을 밀어내주신 서훈이...
이 예쁜 두 사람의, 아픔도 겪어가며 단단해지는 사랑, 그리고 해피 엔딩까지- 

정말이지 굉장히 섬세한,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깔끔한 글.

사실 <그녀를 사랑하세요>를 읽기 전부터,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히 '동경'으로 각인되어있던 "경영학".
그래서, 개인적으로 무한정 어려워하면서 무한정 동경하면서 무한정 알고싶어하는 -_- 분야가 등장하는 글들이
더 반가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채이님의 세 작품 모두 주인공들의 커리어가 경제학, 경영학과 직간접관련이 있다. 아이뱅크, 유통, 마케팅, 경영 컨설턴트...)

또 친숙한 이유를 들자면 에피 사이사이 등장하는 배경공간 혹은 사물들이 내 기억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과 교집합을 형성해서이기도 했고... (요리 선생님 부분에서는 풋 웃어버렸다. 엄마 퀼트샵 앞이 요리선생님 학원이었는데...) 학관, 후문 식당, 키홀더, 쿠키, 에피소드들이 하나하나 많이 와닿았다.

팔년후의 소영은, 스물셋의, 깨끗한 목련을 닮았다는 소영이 없어졌다고,
자신은 떨어진 목련 꽃잎, 더러워지고 갈변한 그런 모습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순수하고 고귀한 목련같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나도 모르게 소영이 위에 나를 겹쳐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쁘고 똑똑하고 기타등등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지만;;)
아들이 되고 싶었던, 무슨 일이 있더라도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던 마음,
처음으로 마음을 줬던 사람에게서 되려 날아와 그 마음에 꽂혀버린 '실망'.....그리고 기타 등등.
전부 다 같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마음들이 언젠가의 내 마음들과 꼭 닮은 모습에,
겹쳐보고 소영이 되어보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웃던 일년간-이었다.

어쨌든 <사서함110호의 우편물>과 함께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있을 책이 아닐까, 싶다.
사서함-은 여기저기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책,
그녀를 사랑하세요-는 물론 권하고싶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나 혼자만 읽고 싶은 책, 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르달까.



(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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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elena♥

손가락 아래 노트북 자판을 낙서처럼 한 자 한 자 두드렸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구절이 모니터에 차곡차곡 모습을 드러냈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깜빡이는 커서 옆으로, 방금 새긴 문장을 진솔은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언젠가 건이 썼던 짧은 편지였다. 건네주지 못한 시집 속의 구절. 누구를 향한 사랑들인지, 대상은 모두 빠져 있는 그 구절. 그래서 내 것이기도 하고 그들의 것이기도 한 서글픈 바램.... 자판 소리와 함께 아래에 또 하나의 문장이 찍혔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백스페이스를 눌러 지금까지 끼적거렸던 문장들을 밑에서부터 차례로 다 지워버리고는, 파워를 끄고 노트북을 닫았다. 방금 쓴 문장은 말이 안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서로 부딪히는 사랑, 동시에 얽혀 있는 무수한 사랑들. 어느 사랑이 이루어지면 다른 사랑은 날개를 접어야만 할 때도 있다. 그 모순 속에서도 사랑들이 편안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눈물 흘리더라도 다시 손 붙잡고 밤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건 무슨 마음인지. 무사하기를. 당신들도 나도. 같이.

-
신 말이 맞아. 나, 그렇게 대단한 놈 아니고... 내가 한 여자의 쓸쓸함을 모조리 구원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아. 내가 옆에 있어도 당신은 외로울수 있고, 우울할수도 있을 거예요. 사는 데 사랑이 전부는 아닐 테니까, 그런데... 갑자기 당신이 문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作, 북박스

Lena's diary from '07.01.18.                      


딱 일기썼던 그만큼의 느낌.
예쁜 사람들.
잔잔한 사랑.
격렬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싫어질때 꼭 손이 가는 책.
뭐, 긴장감, 스피드, 격렬하고 파워있는 글을 즐겨읽는, 그런 영상을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아 이건 좀 약하다...할 수도 있지만(평소의 내가 그렇다. 다들 잔잔하다고 좋아하는 비포선셋, 아멜리에가 난 어쩐지 2% 부족하다고 느꼈으니까.) 난 어쩐지 이런 글이 마냥 좋아질 때가 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별 다섯개 만점에 보너스 반개 더.


(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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